“당신이 목숨처럼 쥐고 있는 것, 전부 사라집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손에 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고생해서 모은 재산, 어렵게 구축해 놓은 사회적 지위, 혹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까지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내 것'이라 여기며 꼭 쥔 채 살아갑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절집에 들어와 수행의 길을 걸으면서도 한동안은 내 안의 집착을 온전히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소소한 성과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옳다는 고집을 목숨처럼 붙잡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찰의 사계절이 바뀌는 것을 수없이 지켜보며,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목숨처럼 움켜쥐고 있던 것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사라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붙잡으려 할수록 깊어지는 삶의 괴로움
절을 찾아오시는 많은 신도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변해버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저 사람이 안 그랬는데 변했습니다", "평생 모은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습니다", "건강했던 몸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하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 슬픔과 허망함을 어찌 다 말로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의 본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상 그 자체보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과 현상의 격차에서 발생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말씀하셨습니다. 봄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봄바람이 불면 비처럼 떨어지듯,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게 붙잡아 두려 하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마음만 더 조급해지고 괴로워지는 것입니다.
■ 모든 것은 흘러가는 구름과 같습니다
제가 절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분은 평생을 밤낮없이 일하며 상당한 부를 이루셨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키워내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년에 뜻하지 않은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가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깊은 우울증과 절망에 빠지셨습니다. "내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것 같다"며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 사찰 마당을 조용히 걸으며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짙은 먹구름도 산봉우리를 지나 흩어지고, 맑은 하늘이 다시 드러납니다. 맑은 하늘도 시간이 지나면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옵니다.
"어르신, 지금 느끼시는 슬픔과 잃어버린 재물도 결국 저 구름과 같습니다. 내 삶을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 어르신 본연의 가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단단히 쥐고 있던 손을 조금씩 펴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어르신의 얼굴에는 비로소 옅은 미소가 돌아왔습니다. 붙잡고 있던 집착의 끈을 놓는 순간, 역설적으로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 것입니다.
■ 영원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죽을 것 같이 힘든 터널을 지나고 계신 분이 계신가요? 통장 잔고가 줄어들어 밤잠을 설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세상을 원망하고 계신가요?
이 사실 하나만큼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고통 역시 영원하지 않습니다. 힘든 일도 변하고, 괴로운 감정도 결국은 지나갑니다. 세상의 모든 풍파는 나를 부러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집착을 털어내고 한층 더 깊은 삶의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우리가 목숨처럼 쥐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벽하게 달라집니다. 내 손에 쥔 것을 잃을까 봐 조바심 내며 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한 끼의 식사와 정갈한 호흡에 감사하게 됩니다.
■ 내려놓음이 주는 참된 자유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마주쳤을 때, '아, 이것 역시 지나가는 구름이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유독 복잡하고 무겁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슴 깊이 숨을 내쉬어 보세요. 그리고 꽉 쥐고 있던 손을 가만히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손을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지만, 손을 펼치면 온 세상을 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흐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시련도 마음의 평화를 앗아가지 못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집착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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